2. 치매노인

나는 새벽마다 운동을 하고 목욕탕 사우나에 들른다. 매일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, 늘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. 오래도록 다니던 단골들도 나이가 들어 함께 늙어 가는 곳, 그래서인지 목욕탕은 작은 사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.
그날도 평소처럼 사우나에 앉아 있는데,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한 노인이 들어오셨다. 머리는 치렁치렁 길고, 흰머리와 상한 치아가 그대로 드러났다. 예전 같으면 가족이 모시고 올 법한 분이었지만, 요즘은 핵가족 시대라 그런지 치매가 있는 어르신도 혼자 찾아오곤 한다.
멀리서도 씻지 않은 냄새가 풍기고, 때로는 다른 손님에게 시비를 거는 모습도 보였다. 그런데 그날은 더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.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는 마루에 작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. 밤톨만 한 대변 조각이었다. 바로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였다. 아마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례를 하고는 그냥 자리를 떠난 모양이다.
커피를 내어주던 이모님은 화를 애써 누르며 말했다. “나도 이런 일 몇 번 겪었어요.” 얼굴은 붉어졌지만, 어쩔 수 없다는 듯 허허 웃어 넘기셨다. 다른 손님들은 어처구니없어하며 눈길을 피했고, 나 또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.
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 한켠에 씁쓸함이 남았다. 언젠가는 우리도 저 모습이 될 수 있지 않을까.
한국은 이미 빠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. 2025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%를 넘고, 머지않아 30%, 40%에 이른다고 한다. 하지만 우리의 준비는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. 치매를 앓는 노인들이 목욕탕에서 이런 설움을 겪어야 하고,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현실.
그 장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. 우리의 미래이자, 지금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문제였다. 목욕탕 마루 위에 남겨진 작은 흔적이 오래도록 마음을 무겁게 했다.
#수필 #생활수필 #일상수필 #목욕탕이야기 #노년의삶 #치매노인 #고령화사회 #노인돌봄 #사회문제 #삶의단상 #일상에세이 #인생에세이 #삶의기록 #노인의외로움 #가족과돌봄 #에세이 #감성글 #블로그연재
'창작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강남의 마지막달동네목욕탕(추석음식) (0) | 2025.09.18 |
|---|---|
| 강남의 달동네목욕탕(똑똑이 할아버지) (6) | 2025.07.31 |
| 생활의 달인 명품수선 리폼 헌 가방이 새 가방으로 (5) | 2024.12.03 |
| 가을은 짧다 (0) | 2022.10.12 |
| 창작시-총각무(자작시) (2) | 2022.09.07 |
댓글